일본 오사카시립의대 실습기-2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비행이 끝나고 어느덧 나는 오사카에 도착하게 되었다.

일본어에는 거의 무지한 탓에 영어로 된 표지판에만 의존하여 겨우 숙소로 가는 지하철에 올라탈 수 있었고, 지하철 안에 들어오니 한국에 비해 아기자기하고 작은 느낌의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한국인들과는 다른 일본 사람들 무리를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사실 이전에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었지만 처음 혼자 일본에 오게 되니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꽤 긴 거리를 들어가야 하는 탓에 계속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 시간 남짓 지났을까. 익숙한 지명의 안내방송을 듣자 마자 캐리어를 다시 굳게 잡고 일어설 준비를 했다. 그리고 겨우내 출구 바깥으로 나와 지도를 보면서 숙소를 찾아가는데, 일본에는 편의점이 너무 많은 탓에 지도에 있는 편의점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편의점과 같은 것인지 구분하는 데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최대한 큰 건물을 찾아 어렵사리 숙소를 찾았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작은 방을 보고 흠칫 놀랐다. 지하철에서 느낀 이 작다고 느껴졌던 세상은 이곳에서도 비슷하구나 싶으면서도 이게 일본의 가지는 매력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짐을 풀었다.

그리고는 내일 아침 일찍 병원 관계자와 처음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아침을 챙겨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주변의 편의점으로 향했다.

흔히들 편의점 천국이라 부르는 일본에서 수많은 편의점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곳에 들어가서 또 그 안의 수많은 간식, 도시락, 빵 등 눈을 즐겁게 해주는 선택지에서 나의 첫 끼가 될 내일 아침을 고르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일본어를 몰라 글자에 의존할 수 는 없으니 최대한 익숙하면서도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를 골라잡고 계산했다. 너무나도 친절한 편의점 직원 덕에 기분이 좋아졌고, 내일 일찍 나갈 생각에 짐을 최대한 풀어놓지는 않았다.

사실 시기로서는 시험을 2-3주 정도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한국에 있었더라면 꼼짝 없이 방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어야 하는 때가 맞았다.

원래는 일본 실습이 4월에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험 걱정을 크게 하지 않고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일정이 5월로 변경되어서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일본에 오게 된 것이었다.

'한국에서 다른 동기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텐데, 나는 이 곳에 와서 이렇게 여행 아닌 여행을 하고 있어도 되는건가?' 하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기회가 오히려 고맙기도 했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평소처럼 방에서 공부나 하면서 시험을 준비하는 일상과도 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이곳에 와서 덕분에 반강제적으로 여행의 기분도 느끼면서 다른 나라의 의과대학에서는 병원 실습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경험해 볼 수도 있고, 또 일본의 의과대학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질 수 있으니, 이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학도 아니고 학기 중에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방식의 실습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므로 앞으로 2주 간 허송세월을 보내지 말고 기억에 남는 실습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터 당장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저 병원에서 실습을 돌 생각을 하니 이런저런 걱정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나는 어떤 교수님들, 스탭분들, 학생들, 그리고 환자분들을 만나게 될까? 궁금하면서도 걱정 반 기대 반이다. 내일 아침 일찍 학교에서 내어 준 기숙사 방으로 이사도 해야하기 때문에 서둘러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