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손의식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온 나라가 벌벌 떨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 길거리에서 가벼운 기침만 해도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이러다보니 개인위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물려 손소독제와 마스크 등 개인 위생장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제품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메르스의 특징과 여파를 감안할 때 개인위생을 과도하게 관리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자신을 지키는 것 뿐 아니라 타인을 지켜주는 공익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 제품군의 품귀현상을 빌미로 메르스 사태를 대목으로 보는 얄팍한 상술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대한약사회는 최근 마스크 제조·유통업체와 관련 단체에 공급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약사회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에 따른 마스크 수요의 급증으로 공급차질이 빚어지자 일부 생산업체에서 마스크 공급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공급가격이 오르면 판매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이 할 수 있는 방법이란 개인 위생관리를 강화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이틈을 노려 마스크 생산업체가 공급가격을 올리면 국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평소보다 비싼 가격에 마스크를 구입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재난에 가까운 국가적 위기에 의료진들은 사리(私利)를 떠나 목숨을 내걸고 최전선에서 메르스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현재 평택시보건소에서 메르스 역학조사관으로 파견 중인 젊은 공중보건의사들은 자비로 숙식을 해결하며 마땅한 보호장구도 없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전공의들 역시 메르스 지원의 최일선에 나가있는데다 격리되는 의료진이 많아지면서 병동 관리에 대한 책임 증가로 급격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응급센터 지원에 풀 당직까지 쉴 틈없이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잠잘 시간도 모자란 마당에 수련은 돌아볼 틈이 없다.

오죽하면 모 전공의는 "오프는 바라지도 않는다. 잠을 2시간 이상 자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했겠나.

메르스 환자가 스쳐간 병의원급들은 더욱 처참하다.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들의 경우 내원 환자가 많이는 70% 가까이 감소했다. 손해액만 따져봐도 수천만원에 이른다. 이의 죄는 단 하나 '메르스 환자를 진료했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개인적,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감수하며 메르스 환자 진료와 확산 방지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일부 업체는 메르스 사태를 대목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업체들이 먼저 나서서 국민 손에 쥐어줘야 마땅하다. 물론 기업이기 때문에 이윤을 감안하지 않을 순 없다. 그래도 최소한 바가지를 씌우지는 말아야 한다. 그게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의무이고 책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위기를 이용해 사리만을 추구하는 것은 국가의 소속원임을, 국민의 일원임을 망각한, 아니 포기한 행태라고 밖엔 볼 수 없다. 국민의 고통을, 국가의 재난을 끝까지 '대목'으로 여긴다면 국민의 엄중한 비난과 심판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